단백질 기능 억제에 묶였던 '신약 개발' 패러다임 바뀔까

웰니스라이프 인터넷팀 승인 2022.06.24 21:58 의견 0

단백질 기능 억제에 묶였던 '신약 개발' 패러다임 바뀔까
OGG1 효소 DNA 복구 능력, 저분자 촉매로 10배 강화

암, 알츠하이머병 등 치료제 개발 '청신호'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에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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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노바이러스가 외부 DNA를 세포핵에 옮기는 장면 인간 세포핵의 핵 기공 복합체(NPC)에 접근한 아데노바이러스 입자(Adv).

흰색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NPC, 회색과 흰색이 뒤섞인 부분이'마인드 봄 1'(Mib 1) 효소다.

Mib 1은 바이러스 입자가 세포핵 안으로 DNA를 방출할 때 외피를 벗기는 데 필요했다.

[스위스 취리히대 Michael Baue 등. 재판매 및 DB 금지]

신약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은 보통, 병원체의 특정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는 치료법을 찾는 데 주력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병원체 단백질 중에는 억제제를 써서 기능을 차단하기 어려운 게 많다. 그런데 많은 질병은 이런 단백질 기능의 상실 또는 약화에서 비롯된다.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는 신약 개발은 이처럼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과학자들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획기적인 내용의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DNA 산화 손상을 복구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대폭 증강하는 촉매 물질을 찾아냈다.

이 기술은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와 관련이 있는 암, 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료제 개발과 혁신에 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이 연구는 토마스 헬레다위 종양학 병리학과 교수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23일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세계 유수의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카롤린스카 의대는 노벨상 선정 기관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노벨 생리ㆍ의학상은 이 대학 교수 50명으로 구성된 노벨상 위원회가 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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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 DNA 돌연변이가 제거되는 원리 [일본 교토대 Mindy Takamiy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연구가 눈길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신약 개발의 초점을 단백질 기능의 억제에서 촉진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헬레다위 교수팀이 주목한 단백질은 OGG1(8-Oxoguanine glycosylase)이라는 글리코실 화합물 가수분해 효소다.

이 효소는 DNA 가닥(DNA strand)에서 손상되거나 변이된 염기를 잘라내고 새것으로 교체한다.

DNA 산화 손상은 암이나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비만, 심혈관질환, 자가면역질환, 폐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이 효소의 활성점(active site)과 결합해 독특한 생화학적 반응을 촉진하는 저분자 활성체(activator)를 찾아냈다.

이 촉매와 결합한 OGG1 효소는 손상된 DNA 가닥을 말끔히 잘라내는 능력이 생겼고, 이는 복구 능력을 현격히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논문의 제1 저자인 마우리세 미셸 조교수는 "이 촉매를 적용하면 OGG1 효소의 복구 능력이 10배 강해져 종전엔 불가능했던 복구 기능까지 수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OGG1 효소의 복구 능력을 이렇게 증강하면 새로운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헬레다위 교수는 폭넓은 적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것처럼 저분자 촉매를 추가하는 접근법이 다른 단백질 기능을 개선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헬레다위 교수는 "이 기술이 제약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자극할 거로 믿는다"라면서 "종전처럼 단백질 기능 억제제를 쓰는 대신 새로운 단백질 기능을 창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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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포의 DNA 손상 레이저 빔으로 DNA를 손상한 세포.

녹색은 기존의 복구 단백질 H2AX가 단절 부위에 결합한 모습.

적색은 새로 발견된 RNF166 단백질과 H2AX가 동시에 결합한 것.

[스페인 국립 암 연구 센터ㆍ미국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OGG1의 기능을 폭발적으로 증폭하는 저분자 작용물질을 찾는 덴 비대칭 '유기 촉매 반응'(organocatalysis)이 활용됐다.

지난해 벤저민 리스트(막스 플랑크 연구소), 데이비드 맥밀런(프린스턴대) 두 교수는 비대칭 유기 촉매를 독립적으로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기존의 금속이나 효소와 형태가 다른 비대칭 유기 촉매는 신약, 태양 전지 등의 개발에 널리 쓰이고 있다.

작은 생체분자(분자량 1,000 이하)를 촉매로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최종 결과물에 생체분자가 남지 않는다는 발견이 '유기 촉매' 제안의 토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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