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난청이 부르는 치매, 보청기 쓰면 위험 '뚝'

웰니스라이프 인터넷팀 승인 2022.06.25 13:30 의견 0

[위클리 건강] 난청이 부르는 치매, 보청기 쓰면 위험 '뚝'
한양대의대, 노인성난청 1만7천명 분석…"청신경 손상 전 착용해야 더 효과"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성 난청 환자가 늘고 있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로 고막, 달팽이관 등 청각기관의 기능이 퇴행하는 데서 시작한다. 여기에 일상생활 소음이나 직업 소음과 같은 환경적 요인, 유전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난청이 나이 탓이려니 생각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난청이 인지기능을 떨어뜨려 노년기 우울증과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어서다.

한 연구에서는 노년기 난청이 치매 발병 위험을 최대 5배로 높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난청으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적절한 소리 자극을 받지 못해 뇌 기능의 저하로 이어져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아직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없으나, 노인성 난청 환자가 보청기를 착용해 청력을 개선하면 치매 발생위험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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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5일 미국청각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귀와 청력'(Ear and Hearing) 최신호에 따르면, 한양대 의대 이비인후과(정재호, 변하영, 이승환)·직업환경의학과(김인아) 공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4∼2008년 신규로 노인성 난청(청각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를 보청기 착용 그룹(8천780명)과 같은 수의 미착용 그룹으로 나눠 2018년까지 치매 발생 양상을 추적했다.

이 결과, 보청기 착용그룹에서는 연간 1만명당 156명의 비율로 치매가 발생했지만, 보청기 미착용 그룹에서는 1만명당 184.5명의 비율로 치매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노인성 난청 환자가 보청기를 착용하면 미착용한 경우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25%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재호 교수는 "그동안 보청기가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추정은 했지만, 이번 연구에서 이런 효과가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노인청 난청 환자에게 보청기를 활용한 적극적인 청각 재활을 권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 진단을 받은 노인성 난청 환자는 건강보험 보험금이 지급돼 10%의 자기부담금만 내면 보청기를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치매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해서 보청기를 안경처럼 쉽게 생각하고 무조건 보청기를 착용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난청의 경우 단순히 소리가 작게 들린다는 것이 아니어서, 소리의 크기만 증폭시킨다고 해서 듣는 능력이 정상화되지는 않는다. 난청이 눈의 망막에 해당하는 달팽이관과 청신경의 손상도 동반하는 탓이다. 초점거리를 조정해 주는 안경을 쓰면 정상 시력 회복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 근시나 원시의 경우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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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연합뉴스TV 캡처]

이런 이유로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의 손상이 비교적 적은 난청 초기여야 보청기의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들은 노인성 난청의 진단이 너무 늦어 보청기를 착용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한국의 노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난청을 경험하는 기회가 적어 병원을 찾을 때쯤이면 이미 달팽이관과 청신경이 손상된 경우가 많다"면서 "이럴 때 보청기를 착용하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만약 보청기로 난청을 개선할 수 있는 상태라면,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줘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각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정도의 난청인지에 대한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을 먼저 받아본 뒤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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