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항 확보한 中, 궁극 목표는 동북아 경제패권"

웰니스라이프 인터넷팀 승인 2023.05.20 14:12 의견 0

"블라디보스토크항 확보한 中, 궁극 목표는 동북아 경제패권"
美 옥수수 183만t 수입 취소…식량 수입의존도 낮출 길 열려

"北 나진항 대신 블라디보스토크항 통해 태평양 진출 추진"

중국이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을 확보, 163년 만에 동북 지역의 바다 진출 길을 열면서 동북아시아 경제 패권 장악 프로젝트를 재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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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바이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지난 15일 지린성이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자국의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이란 자국 지역 간 교역에 사용하는 항구로, 외국의 항구라 하더라도 자국 내에서 이뤄지는 교역에 대해서는 관세와 수출입 관련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내달 1일부터 중국 동북의 풍부한 식량과 석탄을 비롯한 지하자원이 통관 절차나 관세 부과 없이 헤이룽장성 쑤이펀허와 지린성 훈춘 통상구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선박으로 중국 남방으로 운송할 수 있게 됐다.

블라디보스토크항 확보는 중국 동북 지방에서 본격적으로 바다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을 의미한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원래 청나라 영토였으나, 1860년 러시아와 국경을 정한 베이징 조약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우수리강 동쪽 일대를 러시아에 할양한 이후 헤이룽장과 지린성은 해상 출구를 잃었다.

이후 이 지역 식량과 지하자원을 수요가 많은 중국 남방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1천㎞ 떨어진 랴오닝성 다롄항까지 육로로 옮긴 뒤 해상으로 운송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운송 루트를 이용하는 데 드는 물류비 부담이 커 동북의 식량과 지하자원을 중국 최대 경제 거점이자 수요가 많은 동부 연안과 남부 지역에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이제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이용하면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어 식량과 지하자원의 중국 내 수급이 원활해지고, 러시아 극동에서 생산하는 곡물도 수입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이로써 미국 등 서방의 식량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던 중국의 식량 안보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첨예한 전략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식량의 무기화를 우려하며 브라질산 옥수수 수입을 늘리는 등 미국 등 서방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식량 수입 다변화를 꾀해왔다.

아울러 콩과 옥수수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의 자급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농업 보조금을 지원하며 증산을 독려해왔다.

또 블라디보스토크항 개방으로 식량과 지하자원 공급 확대의 길이 열려 '러스트 벨트'인 동북 지역 경제 부흥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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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2000년대 추진했던 창지투 개발 및 나진·청진항 이용한 차항출해 구상도 [연합뉴스 자료 그래픽'

동북 지역은 중국으로서는 '아픈 손가락'에 해당한다.

동북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은 중공업 전진기지로 1970∼1980년대 중국 경제 성장을 주도했지만, 정보기술(IT) 등 신성장산업 발달이 더딘 탓에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왔고, 인구도 급속히 감소했다.

게다가 한때 가장 낙후했던 쓰촨 등 서부 지역마저 중국 정부의 '서부 개발 프로젝트' 추진에 따라 최근 수년 새 동부 연안과 남부의 경제 거점들을 앞지르는 고속 성장을 이루며 승승장구하면서 동북 지역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컸다.

중국 정부도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초 대대적인 '동북 진흥 전략'을 추진한 바 있다.

두만강 일대를 북한, 러시아와 공동 개발하는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두만강)' 개발 프로젝트가 그것이었다.

당시 중국 국무원은 2009년 창지투 개방 선도구 개발 사업을 승인하면서 2020년까지 2020억 위안(약 38조2천억원)을 들여 두만강 유역을 동북아 최대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라진항과 청진항을 통해 동해로 진출하는 '차항출해(借港出海·외국 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한다는 의미)' 전략도 추진, 이들 항구의 30∼50년 사용권을 확보했다. 2015년부터 수년간 시범적으로 훈춘에서 나진항을 거쳐 상하이로 석탄을 운송하기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0년 중국을 방문, 창지투 개방 선도구 사업 대상 지역을 둘러보는 등 북한도 창지투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그에 따른 유엔 제재 강화로 북중 경제 협력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북중 국경까지 폐쇄되면서 창지투 개방 선도구 사업과 나진항을 이용한 중국의 차항출해 전략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 확보는 중국이 나진항과 청진항을 대체해 차항출항 전략을 재가동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연간 물동량 1천만t에 달하는 러시아 극동 최대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단지 자국 내 물류 운송 중계항으로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북아시아 경제 패권 장악의 전진 기지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는 와중에 올해 1∼4월 중러 무역액이 730억 달러(약 97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41% 급증하는 등 중국과 밀착한 러시아로서도 극동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중국의 이 전략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두만강 유역을 거점으로 바다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콰징(跨境)경제(국경을 넘어선 경제활동)' 구상은 30여년 전부터 추진된 것"이라며 "이를 위해 그동안 훈춘 경제특구 건설, 도로망 확충 등을 착실히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항구를 이용한 바다 진출이 어렵게 되자 중국이 대안으로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확보한 것"이라며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태평양으로 진출, 동북아시아 경제 패권을 차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낙후한 동북 진흥과 맞물려 한동안 보류됐던 창지투 개발 프로젝트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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